40대에 접어들면서 시작한 소방시설관리사라는 시험을 준비한 이후, 가족들의 삶이 잠시 멈춘 기분이다.
다행이랄까.. 때마침 코로나가 사회를 강타하면서 가장으로써
가족과의 즐거운 외출이나 외식을 못한 책임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마음 한 켠이 못내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올 한 해, 나는 왜 이렇게 조급했을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공부를 했다.
올 해 4월쯤이었던가.
평소 건강이라고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살던 내가
공부를 하다가 책상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가다가 쓰러진 적이 있다.
알 수 없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는 나를 안고 내려다보며 울고 있는 아내의 눈물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생(生)이라는 것이 어차피 영원하지 못한 바,
사랑도.. 시험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몰입했는데, 결과적으로 합격을 못하면서 건강만 더 나빠진 듯 했다.
사회뉴스를 보다보면 아파트 10억시대니 20억시대니 하는데 이렇다할 축적해둔 자산도 없고
시험은 불합격을 하고보니, 건강도 나빠졌음을 느꼈고 와이프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와서 괴로워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내는 나에게 힘들거나 실망했다거나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갖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히 지내고 있다.
오히려 뭐가 그리 좋은지, 아내와 딸아이는 자매처럼 짝짝꿍이 맞아서 항상 까르륵 웃으며 놀기 바쁘다.
사랑 많은 사람은,
그만큼 슬픔도 많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일체의 티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아내를 통해서 깨닫는다.
아니,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천성인 사람은 슬픔이나 미움을 마음에서 걸러낸다. 그런 필터가 있다.
시험에 불합격을 하면 어떡할까? 걱정부터 하는 사람...
미안해서 어쩌지? 염려하는 사람...
나는 아파트를 사지 못했는데 자본사회에서 낙오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부터 하는 사람...
온통 걱정뿐인 사람이 바로 나였고
아내는 시험준비는 즐겁게, 돈은 없으면 그만이라는, 천성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그것을 결과로 증명해왔다.
2022년 새해에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말자.
거센 파도의 울렁임에 매번 흔들리는 배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거대한 유조선마냥 무던히 뚫고 나아가자.
삶이란 그런거니까. 가장은 그래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 사회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무던히 이겨내며... 행복한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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