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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공부방/소방시설관리사 2차 수험일기

나는 왜 소방시설관리사 공부를 계속 하는가 | 아내에게서 배운 깨달음.

by 예은이네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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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친정에 내려가있는 아내가, 따분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나에게.. 사진 몇장을 보내왔다.

장모님 옆에 딱 붙어서 tv시청하는 [평범한] 이 사진을 나는 우리가족의 올해 베스트사진으로 손꼽고 싶다 

누군가는 어른에게 참 버릇없네 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모습이지만,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고 아버지와 돈독한 관계를 가지지 못했던 나는 이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

나는 부모님께 애교 많은 성격의 아들이 되지 못했고 매번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많은 자식이었으니.

장모님에게 발 한짝 턱 걸친 자세라니(장모님과 이제 막 11살이 된 딸아이는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논다)

결혼 후, 아내의 유순하고 친화적인 성격에서 나는 많은 깨달음을 얻으며 살아간다. 또한, 나는 남자는 이래야하고 여자는 이래야한다는 고정관념 비슷한 사고방식이 있었는데 와이프로부터 남여 성별의 차이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써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나는 왜, 애증의(?) 소방시설관리사 공부를 계속 하는가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대체로 남자직원들이 많은.. 이른바 공구들고 기름밥 먹는 직장이다보니, 캐릭터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야 여직원들이 유입되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쌍욕이 오고갈때도 있고 때로는 험한 말들이 오고가며 언쟁이 있는 편이었다. 어느 회사/조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러한 사회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데, 남자들은 의외로 마상(마음의 상처)를 잘 입고 마음의 문을 쉽게 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에 대한 나의 (강함 내지, 당신에 대한 반감)이라고 착각하고 어필한다. 나 역시도 현재 직장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이렇다할 대화도 없고 교류도 없이 그냥저냥 지낸다.

외국은 나이가 많고 적든, 그냥 친구처럼 호칭을 한다고 하지않던가. 사장님 앞에서도 다리를 꼬거나 이름이 존이면 그냥 존이라고 부르면서 대화 자체에 목적을 두고 목표를 함께 이루는데 초점을 두지만, 우리나라에서 만약 신입사원이 부장님에게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외국의 문화가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구글과 같은 기업일수록 자유로운 문화가 있고 경직된 틀을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상하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따진다. 나도 그런 사고방식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보면 조직에서 아무리 높은 직책에 있었던 사람도(부장이었든지...사장이었든지...) 그 조직에서 사표를 쓰고 나오는 순간, 우리사회에서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될 뿐이다. 위계질서의 문화가 독이 된다. 

그리고 라떼를 찾으면서(나떼는 말이야) 사회적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라고 할라치면 그 자존심을 뭉개면서 해야하는데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회구조가 그러니 무조건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위해 더 충성을 해야 하고 더 강하게 노동조합에 의지해야 한다. 한번 짤리면 갈곳이 없는 사회이니 사회적 취업의 문은 더 강하게 닫혀진다. 

대부분의 그런 한국의 가장들을 탓할 수는 없다. 단지 시대흐름에 맞게 열심히 살아온 것 뿐이다. 생각을 글로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나는 왜 소방시설관리사 공부를 선택하고 계속하고 있는가. 

이러한 위계질서가 강한 우리사회 문화에서 재취업을 하게되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위계질서가 확고하다보니 늦은 나이에 내가 무시하던 젊은 사람에게 업무를 배우는 것에 거부감이 들고, 젊은 사람 역시 나이 많은 사람을 부담스러워(?)하는 사회적 문화에서는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아파트 경비라도 할려면(아파트 경비라는 직업 자체를 무시할 뜻은 없지만) 쓰레기는 언제 치우고, 택배는 어떻게 수령하며, 민원은 어떻게 대처해야한다는 최소한의 업무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를 호의적으로 알려주는 문화가 없다.

소방시설관리사와 같은 전문자격증은 수험을 하는 과정은 매우 힘든 시간이지만,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수험공부 자체가 곧 그 업무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법률을 함께 이해해야 하는 업무는 누군가에게서 인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암기해두는 부분인데 이러한 지식이 곧 그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된다. 세무사, 법무사 등등의 전문자격증처럼 굳이 남에게 아쉬운 소리들어가며 업무를 인계받고 교육받지 않아도 되는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최소한 몇개월의 현장경험을 쌓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은 소방시설관리사 특유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더 원활한 커뮤니티를 통해서 뜻이 맞는 분들과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계속 교류해가며 보완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본론과 결론이 어째...산으로 가는 느낌이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에 있어서 위계질서와 부모로서의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한 나의 아버지와 나는 결국 관계가 그렇게 돈독하지 못하게 되었고, 다소 버릇없이 보여도 허울없이 지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함으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하고 유순하게 받아들이는 와이프는 가족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결론 앞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본성은 천성이라 했던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나 자신은 혹독하게 훈련시키더라도 상대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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