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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공부방/소방시설관리사 2차 수험일기

40대 중년아빠들의 하루 무덤, 에버랜드를 다녀오며

by 예은이네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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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에 가장 우선 순위는 무엇인가

 

올해의 소방시설관리사 2차시험도 이제 4개월가량 남아서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이라 생각되는 요즘..

소방시설관리사 1차시험 하루 전인 어제는 딸래미 11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에버랜드에 붙잡혀갔다왔다.

엄마와 어깨를 견줄정도로 폭풍성장한 울 딸래미. 하루종일 두사람의 뒷모습만 구경하면서 따라다녔다.

아이들은 지치지 않는다더니, 이제 고작 45세인 아빠는 와이프와 딸아이를 뒤쫓지 못할만큼 육체적으로 지친 나이가 되어버린걸까.. 에버랜드.. 뭔 땅이 그렇게 넓은지... 헥헥거리면서 겨우 따라다니며, 머릿속으로는 오늘하루면 화재안전기준을 한번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인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2차시험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만, 직장생활 틈틈이 온전히 하루를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아빠입장에서는 하루를 허비하는 느낌뿐이었다. 

TV동물농장에서나 보던 모든 동물을 다 구경하고, 놀이기구를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두루 섭렵하고도 여유있는 저 포즈좀 보소..;;

 

직장생활 15년차에 접어든 나는, 최근 와이프가 시작한 사업을 위해 와이프 곁을 보름동안 졸졸 따라다녔다.

4년제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던 곱디고운 처녀였던 와이프가 나와 결혼하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탐탁치 못한 것은, 와이프를 고생시킨다는 마음에 내 스스로가 참 못나보였고 그런 와이프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서 따라다닌 것인데, 중요한 수험시기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지난 15년의 직장생활에서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지만

중요한 수험공부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며 와이프의 사업을 돕기 위해 와이프와 함께 보낸 지난 15일이, 15년의 직장생활보다 더 행복했음을 깨달았다.

11살이 된 딸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제티 한박스 선물이면 세상 어떤 생일선물보다 행복해한다.
자그마치 두박스 선물에 신난 울딸랑구

 

나는 왜, 가족의 행복보다

내 수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합격에 대한 간절함과 어서 이 수험을 끝마쳐야 한다는 조급함은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목적이 바뀌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족과의 단 하루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 못난 아빠의 마인드...

결혼 12년차. 아직까지도 와이프는 우리가족을 위해라면 안해본 음식을 시도하고 남편과 딸아이가 주문하는 메뉴를 샥샥- 만들어낸다
남편과 딸아이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보려고 어린아이처럼 끙끙대는 와이프 모습이란..

 

와이프와 딸아이는 스스로 잘 해내고 있으니,

나의 수험결과에 대한 걱정은 일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 시험에 대한 합격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어필했음에도 와이프와 딸아이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리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고 부담역시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평소의 행동으로 보여준다.

잊지말자. 목표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가족과의 일상... 그 행복을 위함이라는 공부의 목적과 방향성을.

내가 좋아하는 미더덕을 듬뿍 넣어준 아구찜.. 와이프가 소꿉놀이하듯 끙끙대며 만든 단메뉴 하나이지만, 세상 어떤 레시피보다 맛있다

올해를 끝으로, 나는 이 공부의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

설령, 그 결과가 불합격일지라도... 이제 올해를 끝으로 그만둘 각오를 하고 있다.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올해이상을 붙잡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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