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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LOVE | 아내 예찬

졸업, 취업, 결혼을 포기하려는 2030세대에게.. 40대 흙수저가 끄적임

by 예은이네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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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30! 힘들지? 

 

생각해보면, 내 형편은 참 우습다. 나이 44살에, 대학 졸업한지 무려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학학자금을 분할상환하고 있는 처지라니.. 기성세대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대학졸업반 청년들도 엥? 무슨 대학 학자금을.. 44살먹도록 아직까지 갚는데? 라고 쉽게 수긍이 안될 것 같다.

와이프와 결혼을 할 무렵, 와이프잘모시기라고 이름짓고 지금까지 일기처럼 써온 이 블로그는 워낙 수익성이 없는 블로그로써 내가 쓰고싶은 글과 말만 주절주절 쓰다보니 누가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갑자기 조회수가 올라서 대체 이런 블로그를 누가 무엇을 검색하다가 오는걸까 궁금해서 면밀하게 보게 되었는데 아니 이럴수가.. 결혼포기를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이 대다수였다. 뒤를 이어 취업포기, 졸업포기.... 학자금 분할이니 학자금대출 검색 따위가 주를 이룬다. 조회수가 올라서 좋다는 마음은 일말도 없다. 뭔가 슬프다. 지금의 2030세대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좋은 선례와 발자취를 남겨준 것도 아니라, 미안한 마음만이 들 뿐이다.

나는 24살 군제대후에 고향을 떠나서 서울에 혼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시원에서 몇개월 지내보았는데 정말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포구 아현동에 10만원짜리 지하 월세방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달동네 월세도 30만원은 줘야 했으니 10만원짜리 월세방이란..  집이 있으되 집에 가지 못하고 강남역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찜질방, 신문사, 지하철야간막노동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나마 대학을 다니면서 병행할 수 있는 알바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야간(심야)승인 업무였다. 알바를 병행하면서도 A+를 받는 신통방통한 몇몇 학우들이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내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알바를 병행하면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졸업반이 되어 취업을 할때 발목을 잡았는데, 이력서 50개(실제적으로는 30~40개) 정도 쓰면 면접을 한 3곳 정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아예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 성적도 좋지않은데다가 이렇다할 자격증도, 이렇다할 봉사활동이나 이력서에 쓸만한 스펙시픽케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에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좌절과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지금도 편의점이나 PC방 같은 곳에서 알바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어떻게든 제대로 된 취업을 하기위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분들이라면 비슷한 절망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렇게 취업을 하더라도 현재의 집값, 아파트 가격을 생각한다면 대체 이 나라에서 결혼을 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수 밖에 없다.

왜 요즘 젊은 사람들 당최 결혼을 안하냐고 다그치는 기성세대와는 골이 심해져갈 수 밖에 없다.

흙수저에, 희망없는 2030이었던 나역시도 어떻게든 살아가지더라는.
아빠가 되고 가장이 되어 40대의 삶을 또 살아간다

나는 어줍잖이 조언을 하고자 오늘 글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 행여 나처럼 어두컴컴한 자취방에서 좌절과 절망을 맛보고 우울감 속에 취업 합격/불합격 통보를 열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혼자 깊은 눈물을 흘리는 청춘이라면 그냥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조. 혼.나. 게. 버티라고 말이다. 무조건 버티는거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구닥다리 사자성어도, 한번쯤은 나에게도 찾아오는 때가 있다. 

메스꺼운 악취가 진동하고 여름에 너무 덥고 전기장판을 켜도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던 월세10만원짜리 방이 어느새 재개발을 하여 깨끗한 새 임대아파트가 되었다. 13평의 작은 평수이지만 어쨌든 아파트라는 거주지가 생겼고, 알바와 병행하여 학업성적이 정말 남들에게 말꺼내기 부끄러운 점수라 이력서로는 도저히 승부를 볼 수가 없어서, 내가 살아온 방식과 신념을 그대로 옮겨서...... 진심을 녹여 쓴 자기소개서 글을 써서 지원한 곳에서 면접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삼o, 이랜o개발, oo방직, 일o성약,, ) 그 중 최종합격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현재의 직장 공채에 합격하는 행운도 따랐다. 그런 식으로 아무리 절망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더라도 일이 풀리는 때가,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한번쯤은 있다.

결혼 역시도, 내 환경과 사정을 모든 것을 이해해줄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한 시절에 만난 배우자가 지금껏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삼포세대라 불리는 현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절망스러운 집값과 결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여건마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만한 인생의 동반자가 없지 않을까.

또한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말처럼, 남들이 가진 행복을 그대로 따라가려면 이 시대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이기때문에 나에게 맞는 조건대로,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나역시도 가끔은 돈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경제적인면에서 남들만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이며, 사랑, 가족, 추억 등 추상적인 언어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것은 경제적인 부의 차이와는 다르다. 그러한 것의 소중함은 대체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만이 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남들과의 경제적인 부의 차이는 있지만, 가족과의 시간과 따뜻한 밥상을 겸상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 감사하고 좋다

힘든 청춘의 시간을 지내고,

지금 이 순간이 견딜 수 없는 시간이라 생각되어도

버티자!

혼자 사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이지만 그렇게 살기를 꿈꾸더라도 내 마음속에 진심이 무엇인지 잊지말고 하루하루 내가 생각하는 바가 옳은 길이라면 계속해서 도전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이런 틀에 박힌 조언을 하고자 쓴 글은 아닌데, 여하튼 결론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기에는 무조건 버티는 것이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는 40대 중년이지만, 마음의 응원을 보낸다! 힘내라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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