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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LOVE | 아내 예찬

결혼 11년차 아내를 위한 늦은 선물로... 사망보험을 알아보다

by 예은이네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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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죽다살아난 경험을 하니, 세상이 참 달라보인다. 빗소리에도 센티멘탈해지고 소녀감성이 풍부해진다.

결혼 11년차.. 나는 지금까지 참 고생많았던 아내에게 이렇다할 선물 한 번 해준적이 없다. 선물은 고사하고 이렇다할 외식 한번 제대로 해본적 없고, 근사한 기념일나 깜짝이벤트는 언제였는지.. 평소 아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마저 있던 차, 며칠 전 나는 40대 중년 남자들이 겪을 수 있다는 의식불명상태를 경험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먹을 것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스타일의 남정네로 지금껏 살아왔는데

막상, 죽음을 경험해보니 참 두려웠다. 죽는 것이 나는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다만, 좀 안 아프게 죽고 싶을 뿐이지 죽는게 그렇게까지 두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쓰러진 나를 안고 눈물 흘리고 있던 아내의 눈물이 너무 오랫동안 마음을 아프게 했다. 과연,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20대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더디게 지나갔는데... 30대 결혼 후, 40대가 된 지금까지 1년이 하루처럼 빠르게 지나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나의 최고 우선순위는

친구들과의 소주 한 잔,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성공과 같이 내가 즐기고 싶거나 내가 잘되고 싶었던 것들 위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아내와 가족은 그냥 나를 따라오는 존재 정도로만 치부하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대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보험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고 아내를 위한 나의 사망보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내를 위해 준비한 첫번째 선물이 나의 사망보험 가입해두기?? 뜨헛~

대략 한달에 2만 5천원이 안되는 금액을 넣으면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죽더라도 아내 앞으로 1억이 나온다는 며루치화재(?) 보험상품을 알아봤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그런건 원래 진즉 준비했어야 하는 거라며 타박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각해주고 먼저 말해줘서 고맙단다. 대략 2만 5천원에 1억이니, 매월 10만원을 납입하면 4억원이 나오는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같아서는 내가 죽더라도 한 10억쯤은 아내와 딸아이에게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여유되는 돈은 최대한으로 넣기로 했다. 보험회사에서 그렇게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아직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나도 안다.

원래, 이런 건 결혼 직후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하고 그것도 당연히 준비했어야 할 부분이라는 사실을.. 또한, 이러한 대비를 와이프와 딸아이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미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을.. 게다가 지금도 나는 보험 따위, 참 필요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험가입을 무척 싫어하고 왠지모를 거부반응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아내를 위해서 내가 없을 때에라도 당장 먹고살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홀가분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하다. 아내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내가 더 마음의 편안함이라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금전적인 도움이 될만한 선물은 준비했으니 앞으로 나의 소중한 와이프를 위해서 하루하루 마음편안하게 잘 모실만한 이벤트와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돈을 벌어야 명품이라도 사주지!?!                         

하지만 ,아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부부간에는 연애시절과는 달리 큰 이벤트를 기획하기에는 해야할 일들이 많고 그만큼 시간적 여유는 적다. 나는 결혼을 해서도 와이프를 위한 자잘한 이벤트를 꾸준히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10여년쯤 함께 살아보니 그런건 연애소설에서나 가능할만큼 참 힘들구나를 깨닫는다. 그리고 아내가 원하는 것은 이벤트성 선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내가 가장 원하는 선물은 평소에도 하루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참새가 지저귀듯이 떠들어도 귀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듯 즉,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편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간단한 사실이 남편입장에서는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왜냐하면 퇴근 후에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소주한잔이 필요하고 남자들만의 동굴세계가 필요하고 공부나 기타 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내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게 느껴질때가 꽤 많다. 최근에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아내는 이러한 부분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편이 아무리 바쁘고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그보다 우선하여 자신을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럴때면 나는 그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무시한 적이 많았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위해서.... 즉, 어떠한 목표와 결과값이 가장 최우선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다른 부분들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벌어서 나도 명품하나 쯤 사주고 싶다고) 하지만, 와이프는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시험에 실패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생기거나 큰 빚을 지더라도 부부가 함께 대화하면서 함께 헤쳐나갈 수 있고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더 똘똘 뭉쳐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평소에도 부부가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고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나는 와이프의 생각이 결국 궁극적으로 옳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또한, 그 일상에서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가지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아내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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