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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LOVE | 아내 예찬

지혜로운 아내의 빈자리를 대신 지키기란

by 예은이네 2020.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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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수술한지 한 달 가량이 지났다.

봉합한 자리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서 여전히 꼼짝을 못하는데

지난 한 달동안 아내가 도맡아하던 집안일을 대신하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집안일에 무심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창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먼지가 그렇게 많이 들어오는지 바닥은 매일 닦아도 먼지투성이요,

평소 먹성 좋은 우리 초등2학년 딸은 설겆이감을 잔뜩 내놓는데

최근에는 코로나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아서 이것저것 더욱 먹어대는 바람에 빈그릇이 싱크대에 잔뜩 쌓여 있다.

내 공부 한답시고, 집안일은 아내에게 모두 맡기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집안일이 뭔 대수냐고 여겼었는데..

집안일.. 생각보다 힘들다.. 한번씩 생색내기용으로 설겆이며 요리를 한번씩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달내내 아내를 대신해서 요리며, 청소며 하다보니 어디 도망가고 싶어졌다. -____- 

와이프가 요리할때 쓰라고 알려준 비장의 무기.. 비비고 사골곰탕..  이거 하나만 넣으면 대부분 국물요리는 끝난다. 순대를 썰어넣으면 순대국밥이 되고 햄 몇개만 깍둑 썰어넣으면 부대찌개가 되는 신기한 재료다. 볶은 미역에다가 이거 하나 넣으면 구수한 미역국이 짠~ 

결혼 후의 집안일라는 것은, 학창시절 자취하던 때와는 또 다르다.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사랑으로 뒷바라지하는 집안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그 손길이 닿아있고 그 손길이 닿은 곳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자취하던 때와의 집안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벌써, 결혼 후 10년이다. 지난 시간동안 사랑스런 나의 아내는... 나와 소중한 우리 딸아이를 위해 몇번의 빨래를 널고 개었으며, 몇번의 밥상차림과 설겆이를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걸래질과 뒷정리들을 해왔을까. 가끔 요리를 할때나 바닥 걸래질을 하면서도 휘파람을 불며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즐기면서 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지난 한달 동안, 밥한끼 차릴려거나 설겆이 한번 할라치면 저절로 한~숨이 쉬어지던 나와는 참으로 다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목표했던 소방시설관리사 2차시험과 소방설비기사, 공인중개사 시험이 모두 몰려있는 중요한 시기가 얼마남지 않았는데... 한달 동안 목표했던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 왜 하필 이때 수술이야! 생각마저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깟 공부 좀 안하면 어떨까도 싶은 생각이다... 안되면 내년에 하면 되지, 지금까지 아내가 지키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은 것이, 내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한 공부가 아니었을까.

삶,

사랑,

꿈,

추상적인 언어들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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